73화
“후으으… 아, 거기만 문지르는 거, 싫…… 아응!!”
안쪽을 휘젓는 손가락들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그것들이 질 내벽을 문지를 때마다, 음부가 움찔거리며 잔뜩 수축했다. 굵은 손가락 마디들이 예민한 질구를 드나들며 시원하게 안쪽을 긁어댈 때마다 짜릿했다. 눈가에 열이 오르면서 만지지도 않은 유두가 곤두서고, 괜스레 숨이 가빠졌다.
꽉꽉 조여드는 내벽의 압박감을 느낀 라펠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아네트의 안쪽은 뜨겁게 움찔거렸고, 매끄러웠으며, 무엇보다 쫀득하게 손가락에 달라붙어 왔다. 당장이라도 이 요망한 구멍 안에 자신의 것을 쑤셔 넣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너무 작은 아네트가 괜스레 못마땅해진 라펠이 이죽거렸다.
“허리가 흔들리고 있잖아, 아네트. 보채지 마. 아직 더 풀어야 하니까 가만히 좀 있어.”
저속한 말에 수치심을 느낀 아네트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 눈동자에 맺힌 눈물이 뺨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이를 본 라펠이 고개를 숙여 눈물을 핥고, 나아가 그 눈동자를 빨아들이기라도 할 듯이 집요하게 혀를 굴렸다. 자신의 타액에 독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이 아름다운 눈을 멀게 해서, 두 번 다신 딴 놈들을 시야에 담는 것조차 못하게 했을 텐데.
아네트는 정신이 없어 라펠의 소유욕 가득한 눈빛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눈가를 싹싹 핥는 혀끝이 어쩐지 무서워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라펠이 급히 손가락을 빼고, 그녀의 좁은 밀지에 자신의 성기를 들이밀었다. 밑을 잔뜩 벌려 오는 흉흉한 크기에 아네트가 우는 소리를 내었다.
“흐윽! 천, 천천히…….”
“천천히 같은 소리. 안쪽이 벌름거리면서 내 걸 빨아들이는데. 아주 흠뻑 젖었어.”
입꼬리를 비튼 라펠이 퍽 소리가 나도록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안쪽으로 꾸역꾸역 들어오는 커다란 성기 때문에 배가 다 아팠다. 아네트는 숨을 헐떡이며 자신의 아랫배 위를 더듬거렸다. 이러다 몸이 터지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웠다. 그녀의 손놀림을 본 라펠이 이를 악물었다.
“내가, 자극하지 말라고, 그렇게나 얘기했을 텐데.”
“아아!! 아, 흐윽!! 흑!!”
그의 성기가 안을 때리듯이 벌컥 밀려 들어왔다가, 슬슬 빠져나가며 질벽을 긁었다. 그럴 때마다 쾌감이 후드득 쏟아지며 핏속의 관능을 뜨겁게 달궜다. 아네트는 다리를 벌린 채 헐떡이며 울었다. 라펠의 움직임은 순식간에 거세져서 꼭 파도처럼 그녀를 몰아붙여 흔들리게 했다. 갑작스런 자극에 혹사당한 음부가 벌겋게 달아오르면서도 저릿저릿한 쾌감을 퍼트렸다. 그의 성기가 안쪽에 콱콱 처박힐 때마다 숨이 막혔다.
“딴 놈의 냄새나, 후우, 묻히고 다니고. 대체 얼마나 홀리고 다녀야 만족하겠어?”
자신을 내리누르듯 삽입한 남자가 비난을 던졌다. 그러자 아네트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애처롭기까지 한 몸짓이었지만, 외려 그녀의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짐승을 자극할 따름이었다.
성기를 깊이 쑤셔 박은 남자가 허리를 숙여 그녀의 뺨을 깨물고, 목덜미를 핥아 내렸다. 마치 딴 남자의 냄새를 자신의 체취로 덮어버리기라도 하듯이. 어깨와 목 사이의 우묵한 곳에 자신의 뺨을 문지르는 그의 눈빛이 집요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자, 삽입감이 더욱 깊어져서 숨이 다 막혔다. 아네트는 자궁 끝까지 와 닿는 듯한 성기의 압박에 허리를 뒤로 뺐다. 그러자 라펠이 으르렁대며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더욱 깊숙하게 처박았다. 잠시라도 몸을 뺀 그녀를 벌주기라도 하듯 과격한 움직임이었다.
“아!!”
아네트가 입술을 벌리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고개를 숙인 라펠이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뜨거운 혀가 꾸역꾸역 밀고 들어와 입안을 헤집고, 그녀의 타액을 구석구석 맛보았다. 위도, 아래도 전부 그에게 단단히 틀어막힌 기분이었다.
입술을 뗀 라펠이 본격적으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안쪽을 파고드는 성기의 움직임이 한층 더 흉악해졌다. 이제 그는 거의 때려 박듯이 삽입하고 있었다. 연거푸 약한 곳에 들이닥치는 자극이 짜릿했다. 잔뜩 발기한 귀두에 쓸리는 안쪽이 새하얗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이윽고 뭔가가 폭발했다. 움찔거리는 내벽을 타고 짜릿한 오르가즘이 번졌다.
“아흑! 흐으으……!!”
눈을 질끈 감은 아네트의 속눈썹 사이로 생리적인 눈물이 흘렀다. 그녀의 땀에 젖은 이마에 입을 맞춘 라펠이 사정감을 견디느라 이를 악물었다. 열락이 번진 수려한 얼굴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오싹하리만큼 요염했다. 아네트는 자신을 통째로 잡아먹으려는 듯한 그의 눈동자 밑에서 속절없이 몸을 떨었다.
침대 등받이에 몸을 기댄 라펠이 아직 잔경련이 남은 그녀의 몸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하반신 위에 거리낌 없이 그녀를 태웠다.
“아직 안 끝났어.”
이제 아네트는 그와 마주 보고 끌어안은 자세였다. 그녀를 자신의 몸 위에 태운 라펠이 다시 성기를 삽입했다. 그러자 아네트가 진저리를 치며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자세 때문인지 그의 성기가 더욱 깊게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꼭 거대한 말뚝에 수직으로 관통당한 느낌이었다.
“아, 싫어… 힘, 힘들어……!!”
“왜 그래? 아프진 않을 텐데. 내 걸로 잔뜩 문질러서 넓혀놨다고.”
울먹이는 아네트의 팔을 잡고 더 가까이 끌어당긴 라펠이 이를 드러냈다. 그가 이제 딴 놈의 생각조차 못 하게 해 주겠다며 아네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 소유욕 가득한 말을 듣는 순간, 등골을 따라 알 수 없는 전율이 일었다. 그와 동시에 몸이 위아래로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리 사이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성기는 몸을 가를 것처럼 위협적이었다. 꼿꼿한 그것이 가장 깊은 안쪽을 찌르고, 질벽을 가득히 문지르며 미칠 것 같은 감각을 선사했다. 아네트는 이제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른 채 흐느끼며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아랫도리가 이대로 곤죽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아네트가 필사적으로 매달릴수록, 라펠의 흥분만 부채질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녀의 가냘픈 허리를 쥐고 밑으로 내리꽂는 라펠의 손길이, 허릿짓이 지독히 육감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불알 두 쪽마저도 아네트의 안쪽에 죄 쳐넣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보란 듯이 딴 새끼 냄새나 묻히고 말이지. 응? 이런 야한 얼굴, 설마 딴 놈에게 보여준 건 아니겠지?”
라펠의 커다란 손이 얼굴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아네트는 열이 오른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숨을 헐떡였다. 흥분한 얼굴이 고스란히 불빛 아래로 드러났지만 피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습윤한 눈동자가, 상기된 뺨이, 젖은 입술이 불빛에 반짝반짝 빛났다. 지독하게 야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싸버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기분 좋아? 허리를 흔들고 있군.”
그의 손가락이 맞닿은 배 사이로 파고들어 아네트의 클리토리스를 건드리고, 문질렀다. 그러자 짜릿한 쾌감이 퍼져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몸 위에 올라탄 지금은 도망칠 곳도 없었다. 밑에서 그가 사정없이 찔러대며 성감을 고조시켰다. 철썩철썩 부딪히며 쑤셔 박히는 성기가 끝까지 와 닿았다. 그럴 때마다 가벼운 오르가즘이 솟아 눈앞이 새하얘졌다.
“설마 찔릴 때마다 가고 있는 건 아니겠지? 당신 안쪽이 내 걸 쥐어짜고 있어. 아, 좋아. 아네트.”
탁한 신음이 섞인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어 뇌리를 흔들었다. 그의 굳은살 박인 손끝이 부드러운 유두를 꼬집고,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예민한 정점을 잔뜩 문지르는 그 손길이 거칠었다. 하지만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몸은 그마저도 쾌감으로 받아들였다. 라펠이 허릿짓을 하며 그녀의 젖가슴을 입안에 물고 빨아댔다. 젖꼭지 끝을 휘감고 잡아당기는 혀가 음란했다.
“좋아? 가슴을 빨아주니 밑을 조이네.”
라펠이 젖은 입술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야한 말만 골라 하는 그의 입술이 얄미웠다. 아네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그녀 쪽에서 먼저 키스한 순간, 안쪽을 가득 채운 그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더 커졌다. 흥분한 그가 아네트의 엉덩이에 손자국이 남을 만큼 꽉 움켜쥐며 더 세게, 더 빠르게 성기를 박아 넣었다. 그 순간 몸이 붕 뜨는 듯한 부유감과 함께 지독한 절정이 찾아들었다.
“흐으으읏……!!!”
아네트는 눈물을 흘리며 신음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마저도 라펠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가 남김없이 먹혔다. 잔뜩 수축한 질 내벽이 경련하며 라펠의 성기를 쥐어짰다. 달아오른 내벽이 부드럽게 들러붙는 그 밀착감이 아찔할 만큼 황홀했다.
‘평생 이렇게 있고 싶은데.’
품 안의 아네트를 내려다보던 라펠이 그녀의 이마에, 눈가에, 뺨에 입을 맞췄다. 그의 눈이 지독한 정염과 집착으로 일렁였다. 그녀의 어깨 뒤쪽에 남아 있는 묘한 사향 냄새가 그의 신경을 계속 건드렸다.
아네트는 정숙한 여자였으니, 딴 남자에게 이 예쁜 다리를 벌려줬을 리가 없었다. 라펠은 의외로 아네트가 생각하는 것보단 그녀를 많이 신뢰하고 있었다. 그래도 못마땅한 건 마찬가지였다. 어쨌든 딴 놈이 자신의 향수 냄새가 밸 정도로 아네트에게 가까이 다가갔었단 의미니까.
라펠은 시향이니, 뭐니 하는 아네트의 말을 믿진 않았다. 하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향수 냄새든 뭐든 자신의 체취로 죄 덮어버릴 작정이었으니까. 아주 그녀의 다리 안쪽이 질척해질 때까지 싸지르면, 좋든 싫든 자신의 여자임을 알게 되겠지.
그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극심한 갈증과 소유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아네트가 그 예쁜 손으로 자신을 밀어낼 때마다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관계, 그녀의 말마따나 라펠이 원하는 결혼생활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아네트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던 걸까.
라펠은 그녀를 도로 침대 위에 눕혔다. 그리고 아직까지 경련하는 새하얀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