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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라펠이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잘한 것보다 잘못한 게 열 배는 더 많았다. 고민하면서 바라본 아네트의 얼굴 옆선은 더할 나위 없이 예뻤다. 둥근 이마에 부드러운 콧날, 내리감긴 긴 속눈썹과 발그레한 입술. 이렇게 예쁘니 딴 놈들이 아네트에게 자꾸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라펠은 위기감을 느꼈다. 자신이 우물쭈물하며 할 말을 제때 못하고, 성질만 부리다간 정말로 아네트가 영영 떠나버릴지도 몰랐다. 그리고 자신처럼 못된 남자는 잊고서 딴 놈을 만나 잘 먹고 잘 살겠지. 한동안의 침묵 끝에 드디어 용기를 낸 라펠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네트. 내가…….”



바로 그때, 아네트의 머리가 툭 하고 라펠의 가슴께에 기대어졌다. 남자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데도 지나치게 무방비한 태도였다. 이에 당황한 라펠이 하려던 말을 멈추고 아네트를 내려다보았다. 얼핏 보이는 그녀의 옅은 색 눈꺼풀은 완전히 내리 감겨 있었고, 입술 사이로는 규칙적인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당신, 자?”



당연히 잠든 아네트에게선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라펠이 사과할 타이밍을 잡기 위해 망설이는 사이, 스르르 잠든 모양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아네트는 머리만 대면 곧바로 잠드는 편이었다.



“하.”



라펠의 입술 사이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런 그의 속도 모르고, 가슴에 기댄 아네트는 꼭 아기새처럼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고개를 뒤로 젖힌 라펠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아네트의 몸을 더욱 단단히 끌어안았다. 짐승에게 몸을 고스란히 내맡긴 채 잠든 여자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서.









* * *









아침 햇살이 얇은 눈꺼풀 위를 두드리며 잠을 방해했다. 아네트는 본능적으로 창가에서 고개를 돌리며, 자신을 안고 있는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자신의 몸쯤은 다 가리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몸이 그녀를 더욱 바짝 끌어당겨 안았다. 뜨겁고 단단한 몸에 젖가슴이 눌리면서 조금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으응…….”



아네트가 잠투정을 하자, 꽉 끌어안았던 팔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래, 이 정도의 속박감이 딱 좋았다. 자신의 몸을 감싸 안은 그 팔뚝은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힘이 들어가 있어서 조금 무거웠다. 하지만 그 느낌이 이상하게 싫진 않았다.



잠이 덜 깬 아네트는 코앞의 단단하고 매끄러운 살갗에 뺨을 비볐다. 그곳에서 울려 오는 심장의 고동이, 뜨거운 열을 발산하는 체온이 기분 좋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 살갗에 좀 더 바짝 달라붙어 몸을 밀착시켰다. 그러자 머리 위에서 지독하리만큼 낮은 신음이 울려왔다.



“아네트…… 그렇게 달라붙으면, 제길.”



그녀가 뺨을 비비던 피부의 체온이 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만지면 만질수록 열을 발하는 난로 같았다. 아까부터 쿵쿵 들려오던 심장의 고동 소리는 이제 더 빨라져서 귀가 다 울릴 지경이었다. 아네트는 그 요란한 소리에 결국 무거운 눈꺼풀을 스르르 들어 올렸다.



눈을 뜨자 맨 처음 보이는 건 단단한 근육질의 가슴이었다. 잠이 덜 깬 아네트의 눈동자가 그 남자다운 근육을 따라 딱 벌어진 어깨와 육감적인 목덜미, 그리고 그 위에 자리한 얼굴을 발견했다. 분명 조각처럼 아름답고 차가운 얼굴인데, 그 안에 자리 잡은 푸른 눈은 꼭 불꽃이라도 타오르듯 강렬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라펠?”



아네트는 아침에 약한 편이었다. 그녀는 멍한 머리를 깨운 끝에 눈앞의 미남이 누군지 가까스로 알아보았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라펠이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관능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의 새파란 눈동자에 아주 위험한 빛이 스치고 지나간 듯하여 아네트는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좋아. 일어났군. 그럼 더 참지 않아도 되겠지.”



라펠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아네트의 시야가 휙 뒤집혔다. 눈앞에 천장이 보이는가 싶더니 다리가 양옆으로 벌려졌다. 날렵하게 그 다리 사이로 파고든 라펠이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굶주린 짐승처럼 얼굴을 파묻었다. 아네트가 미처 수치심을 느끼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음부를 덮고 질척하게 핥아 올렸다.



“아, 으응!”



뜨거운 혀가 예민한 클리토리스를 누르듯이 핥고, 질구를 쿡쿡 찔러댔다. 아네트의 허리가 움찔거리며 위로 튕기자, 라펠이 성가신 듯 그녀의 허벅지를 움켜쥐고 시트 위에 눌러 고정시켰다. 그는 꼭 아네트의 다리 사이에서 꿀이라도 흐르는 것처럼 그곳을 핥고 또 핥았다. 그의 뜨거운 입술이 아예 클리토리스를 덮고서 빨아올리자, 눈앞이 번쩍번쩍하며 다리가 떨렸다.



“흐윽, 라펠! 그거 이상해요, 싫어……!”



아네트의 크게 뜬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너무 집요하게 핥아서 다리 사이가 녹아 없어질까 봐 두려웠다. 어느 순간부터 굵고 긴 남자의 손가락이 좁은 질구를 비집고 들어와서 안을 문질렀다. 굵은 손가락 마디들이 질구를 들락날락할 때마다 감질나는 쾌감이 후두둑 퍼져나갔다. 손가락이 안을 드나드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자, 음부에서 질꺽거리는 야한 소리가 나면서 눈앞이 하얘졌다.



“하응, 아, 흑, 아아!!”



아네트가 고개를 젖히며 절정에 도달했다. 그러자 몸을 일으킨 라펠이 그녀의 목덜미를 사납게 핥고 깨물며 신음했다. 짐승이 그릉대는 듯한 그 목소리는 위협적이면서도 아네트의 성감을 오싹하게 깨웠다.



“손가락만으로 갔군. 그렇게 좋았나? 아주 질척하게 젖었어.”



어느새 잔뜩 발기한 그의 성기가 음부 위로 문질러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안에 처넣을 듯한 기세가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남자의 맛을 기억하는 질 내벽은 뻐끔거리며 기대 어린 수축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아네트의 귓가를 질척하게 핥던 라펠이 속삭였다.



“설마 안을 조이고 있어? 내걸 넣고 싶어서?”



수치심을 느낀 아네트의 눈가가 확 붉어졌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젖은 눈동자로 바라보자, 라펠이 얼어붙은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 태도에 아네트가 의아해하던 찰나, 몸이 갑자기 밑으로 휙 끌려 내려가며 커다란 성기가 질구를 비집고 들어왔다.



“아, 이렇게 갑자기……!”



“못 참겠어, 빌어먹을. 정 아프면 날 때려.”



아네트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갖다 댄 라펠이 눈썹을 찌푸리며 신음했다. 뜨겁고 촉촉하게 조여 오는 내벽의 맛이 그를 미치게 했다. 시험 삼아 두어 번 움직이자, 성기를 뺄 때마다 딸려 나오는 속살이 환장하게 좋았다. 결국 눈이 돌아간 라펠이 더욱 빠르게 그녀의 안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너무 꽉 조이잖아, 아네트. 내 좆에 아예 들러붙고 있다고.”



“아, 흐앙! 라펠! 아아앙!”



라펠이 손자국이 남을 만큼 그녀의 엉덩이를 잔뜩 벌리며 안쪽까지 치고 들어왔다. 삽입이 너무 깊어서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그의 크고 뜨거운 성기가 좁은 내벽을 꽉 채우면서 느끼는 곳들을 남김없이 문질렀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독한 쾌감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머리가 녹아버릴 것 같아서 아네트는 울면서 라펠에게 애원했다.



“너, 너무 격해요. 조금, 흑, 조금만 천천히…….”



“그렇게 달라붙어서 사람 발정시켜 놓고. 이제 와 천천히? 그게 되겠어?”



잘생긴 입꼬리를 비뚜름하게 올린 라펠이 그녀의 몸을 휙 뒤집었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무릎을 세우고 암캐 같은 자세를 취하게 했다. 라펠은 그 상태로 곧장 뒤에서부터 박아대기 시작했다. 거칠게 치고 들어온 성기가 욕심껏 안쪽을 찔러대며 넓히고, 마구 휘저어댔다. 새로운 자세는 아네트의 약한 부분을 더욱 깊이 찔러대서 눈앞이 번쩍번쩍했다.



“아, 흐윽! 으, 이런 자세, 싫어! 흐으읏!!”



접붙는 개 같은 자세가 아네트의 수치심을 더욱 자극했다. 뒤에서 커다란 성기로 찔릴 때마다 다리 사이가 찌릿찌릿해서 도무지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아침부터 혹사당한 아네트의 다리가 결국 시트 위로 미끄러지자, 라펠이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만 들어 올린 채 더욱 깊숙이 쑤셔 박았다.



“싫기는. 잔뜩 달아올라 벌름거리고 있는데. 이렇게 콱 쳐넣으면… 후우, 안쪽이 아주 달라붙어서 난리를 치지.”



라펠이 성기를 끝까지 쳐넣었다가 슬슬 빼내는 동작을 반복했다. 두툼한 귀두가 질구를 빠져나갔다가 도로 밀고 들어오는 감각이 생생했다. 그의 말마따나 자신의 안쪽이 흐물흐물 녹아내려서 성기를 빨아들이는 게 스스로도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에 부끄러워진 아네트는 울먹이며 저도 모르게 시트 위를 기어갔다.



그러나 라펠은 자신이 먹어치우고 있는 먹잇감이 달아나는 걸 봐줄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아네트의 양팔을 뒤로 잡아당기며 그 반동으로 더욱 깊숙이 삽입했다. 손목을 꽉 움켜쥔 그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집착이 오싹하면서도 오히려 성감을 더 높여주었다. 거센 힘으로 들락날락하는 성기가 약한 곳을 무지막지하게 쑤셔댔다.



“아, 응, 하앗, 앙! 흐아앙!!”



아네트는 결국 몸을 떨면서 절정에 도달했다. 그러나 라펠의 성기는 경련하는 질벽을 가르며 더 거세게 파고들었다. 아직 절정의 여운이 남은 곳을 계속 자극당하자 눈앞이 새하얘졌다. 예민한 곳을 강하게 자극당하는 쾌감은 폭력과도 닮아 있었다.



“싫어, 지금은, 아앙! 안, 안돼, 흑! 제발 조금만… 아아앙!!”



지독한 쾌감에 아네트는 울고 또 울었다. 그녀가 우는 소리에 라펠이 허리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핥아주는 듯싶더니, 이윽고 강하게 깨물었다. 놀란 아네트가 안쪽을 조이자 라펠이 더욱 거세게 허릿짓을 했다. 성기의 굵기며 모양까지 다 내벽에 아로새겨질 것처럼 강렬한 삽입이었다.



“조이지 말라고 했어, 아네트. 더 엉망으로 당하고 싶어?”



“이제, 앗! 그, 그만…… 흐윽!!”



이렇게 격렬하게 당하다간 다리 사이가 두 번 다물어지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흐느끼는 아네트의 몸을 끌어안으며 라펠이 안쪽 깊숙한 곳에 성기를 파묻었다. 콱 처박힌 성기가 안쪽에서 꿈틀거리며 뜨거운 액을 분출했다. 그것이 아네트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느낀 감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