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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라펠의 형형한 눈동자가 지나치게 가까이에서 번뜩였다. 그 눈빛은 꼭 그녀를 산 채로 집어삼키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흡사 포식자를 눈앞에 둔 초식 동물이 된 기분에 입안이 바짝바짝 말랐다. 아네트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그 순간, 손을 뻗어 아네트의 고개를 움켜쥔 라펠이 엄지손가락으로 느릿느릿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다.



“말해 봐, 아네트. 내가. 그대에게. 무슨 짓을. 하고 싶은 줄. 알기나 해?”



낮아질 대로 낮아진 그의 목소리가 뱀처럼 스며들어 고막에 달라붙었다. 위기감을 느낀 아네트가 몸을 파르르 떠는 순간, 라펠이 손을 뻗어 그녀의 드레스를 어깨 밑으로 잡아끌었다. 힘없이 내려간 드레스 옷깃 위로 새하얀 젖가슴이 솟아올랐다. 이를 본 라펠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가슴을 핥기 시작했다.



“아, 라펠…….”



부드러운 가슴을 주무르고 꼬집는 손길에는 명백한 욕정이 묻어있었다. 욕심껏 가슴 끝을 빨아들인 라펠이 혀끝으로 유두를 핥고 긁으며 자극해 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말랑했던 유두가 부끄러움도 모르고 빳빳하게 곤두서며 그의 혀끝에 휘감겼다.



아네트가 숨을 헐떡이며 몸을 움츠리자, 강인한 손이 어깨와 허리를 단단히 옭아매 왔다. 그녀를 꼼짝달싹 못 하게 붙든 라펠이 더 강하게 유두를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작고 말랑한 살점이 혀끝에서 짓이겨질 때마다 아프면서도 짜릿한 쾌감이 느껴졌다. 분명히 자극이 너무 강한데, 이상하게도 좀 더 아프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몸부림치지 마, 아네트. 그러다 손 다쳐.”



어느새 라펠의 한 손이 아네트의 붕대 감은 오른손을 잡아 올려 벽에 고정시켰다. 그의 다른 손이 그녀의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고 속옷 안으로 들어왔다. 갈라진 꽃잎의 틈새를 매만지던 그가 별안간 가슴에서 입을 떼더니 아네트를 올려다보았다. 라펠의 잘생긴 입매가 비틀린 웃음을 담고 그녀의 귀를 공격해 왔다.



“젖었네. 이젠 유두만 빨려도 다리 사이를 적시는 건가?”



“아, 아녜요. 난 그런 게 아니라…….”



수치심에 눈가를 붉게 물들인 아네트가 무언가 항의를 하려 했다. 그러나 집요한 눈으로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던 라펠이 제 입술을 거칠게 내리눌러 왔다. 어느새 입안으로 파고든 혀가 예민한 입천장을 긁자 저도 모르게 우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가 혀를 낚아채듯 붙잡아 강하게 빨아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틈을 타 아네트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듯 들어온 손이 그녀의 도톰한 질구를 매만졌다. 이미 젖어든 애액 때문에 굵은 손가락 하나가 수월하게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 손가락은 이윽고 두 개, 세 개까지 늘어나더니 안쪽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내벽을 문질렀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들이 거세게 안쪽을 찔러 올릴 때마다 기분 좋은 욱신거림이 느껴졌다.



아네트는 위아래로 가해지는 강렬한 감각들에 넋을 놓을 것 같았다. 쿨쩍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자신의 귓가까지 들려오는 게 느껴졌다. 발갛게 상기된 눈꼬리를 따라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네트, 하아…….”



라펠이 혀를 내밀어 그 눈물을 질척하게 핥아 올렸다. 아네트를 번쩍 안아 올린 그가 곧바로 침대로 향했다. 아네트는 그가 자신을 시트 위에 눕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라펠은 그러지 않았다. 그는 아네트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힌 채 잔뜩 발기한 남성을 꺼내 들고 문질렀다.



“엉덩이 들어, 아네트.”



아네트의 귓바퀴를 가볍게 깨문 라펠이 욕망 때문에 탁해진 목소리로 지시했다. 아네트는 조금 주저했지만, 허리를 움켜쥔 커다란 손아귀가 곧장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렸다. 도톰한 질구에 성기를 갖다 댄 라펠이 그녀의 몸을 천천히 내리눌렀다. 좁은 입구가 한껏 벌어지는가 싶더니, 두툼한 귀두가 그녀의 안쪽으로 꾸역꾸역 밀고 들어왔다.



“너무 작잖아, 빌어먹을.”



라펠이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우람한 성기를 욕심껏 그녀에게 밀어 넣었다.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은 자세 때문인지 유독 평소보다 더 깊이 치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뱃속이 온통 그의 성기로 꽉 찬 것 같아서, 아네트는 숨을 헐떡이며 저도 모르게 자신의 배를 매만졌다.



이를 본 라펠이 뭔가를 참으려는 듯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그녀의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성기가 꿈틀하더니, 심지어 더 크게 팽창했다. 그야말로 뱃속이 터질 것처럼 빠듯했다.



“정말 돌아버리겠네.”



악문 이 사이로 욕설을 중얼거린 라펠이 이윽고 그녀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뿌리 끝까지 처박고도 기어이 더 들이밀려는 그 허릿짓이 지독하게 야했다. 아네트의 시야가 위아래로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다리 안쪽에서부터 익숙한 쾌감이 피어올랐다. 좁은 안쪽을 빠듯하게 벌리면서 드나드는 성기의 촉감이 생생했다.



“아, 응응, 흐읏……!”



그가 두꺼운 성기를 밀어 넣을 때마다 젖은 속살이 밀리고 젖혀지며 달콤한 전율이 흘렀다. 단단한 귀두가 안쪽을 크게 푹푹 찔러 올릴 때마다 눈앞에서 새하얀 불꽃이 튀었다. 아네트는 이제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압도적인 감각에 입에서는 연신 자지러질 듯한 교성만 튀어나왔다.



“아네트, 이거 봐. 그대의 아랫입이 내 걸 아주 게걸스럽게 쭉쭉 빨고 있다고.”



눈앞에서 잘생긴 얼굴이 사납게 웃으면서 속삭였다. 몽롱한 와중에도 어쩐지 수치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아네트는 훌쩍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가 ‘거짓말.’ 하고 속삭이며 아네트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더 빠르게 푹푹 내리꽂았다.



몸이 위아래로 흔들릴 때마다 굵은 성기의 밑동에 자극을 받은 클리토리스가 찌릿했다. 다리 사이가 벌벌 떨려오면서 안쪽이 탐욕스럽게 성기를 조이는 게 느껴졌다. 그의 말처럼 아네트의 음부는 흡사 성기를 빨아들이듯 착 달라붙어 그 난폭한 움직임에 희열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 흐응… 앗, 아아앙……!!”



아네트가 몸을 움찔움찔 떨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현기증에 가까운 지독한 오르가즘이 음부를 타고 뇌까지 기어 올라왔다. 절정으로 조여드는 안쪽을 단단하게 부푼 성기가 계속 쑤셔대었다. 너무 좋아서 쾌감이 고통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아네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저도 모르게 팔을 허우적거렸다. 오르가즘으로 붕 떠오른 몸이 끝없이 추락하는 듯한 부유감에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이 휘몰아치는 지독한 감각 속에서 아네트가 의지할 대상이라곤 오직 눈앞의 사내뿐이었다.



“라펠, 라펠……!”



아네트가 필사적으로 팔을 뻗어 그의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그 몸짓이 어딘지 모르게 절박해 보여서, 라펠은 저도 모르게 그녀가 좀 더 끌어안기 쉽게끔 고개를 숙여주었다. 가느다란 팔이 목에 휘감기고, 부드러운 금발이 제 턱밑에서 흔들리는 모습은 꽤나 보기 좋았다.



아네트는 정신없이 위아래로 흔들리며 숨을 헐떡였다. 자비 없이 찔러넣는 성기의 움직임은 그녀에게 지독한 희열을 안겨주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바보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마주 보고 찔리는 자세에서 라펠이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세게 주물렀다. 그러자 본의 아니게 음부가 양옆으로 벌어지면서 예민한 내벽의 마찰감이 더욱 깊어졌다. 꽉꽉 물어대던 질구가 조금 느슨해지자, 불행히도 그 안을 들락거리는 성기의 움직임은 한층 더 격렬해졌다.



“안쪽이 또 조이잖아, 아네트. 그렇게 좋아?”



“아니, 응, 앗! 아아, 흐으읏……!!”



숨 막히는 쾌감과 함께 아네트의 다리가 덜덜 떨리면서 힘이 들어갔다. 발끝이 곱아드는 느낌과 함께 두 번째 절정이 찾아들었다. 안이 어찌나 뜨겁게 조여드는지 라펠은 하마터면 이끌리듯 그 안에 파정할 뻔했다.



아네트가 절정에서 내려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던 라펠이 이윽고 그녀를 돌려 앉혔다. 이대로 아네트와 마주 보고 하는 것도 좋았지만,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예쁜 눈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묘하게 지끈거렸다.



이제 아네트는 어린아이가 오줌 누는 듯한 자세로 라펠에게 등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그 상태로 다시 삽입한 라펠이 자신의 성기를 거칠게 박아 넣었다. 지나친 자극에 아네트가 도망치듯 엉덩이를 들어 올릴 때마다 그가 허리를 붙잡고 더 세게 추삽질을 해 왔다.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쾌락을 몰아붙이는 그 행태에 아네트가 소리 내어 울었다.



“흐으, 아, 으응, 흣!!”



몸이 흔들릴 때마다 새어 나오는 울음소리는 애처로웠다. 고개를 숙인 라펠이 꼭 암컷을 위로하는 늑대처럼 그녀의 목덜미와 어깨를 핥고 깨물었다. 이미 모든 피부가 다 성감대가 된 것처럼 예민하기 짝이 없어서, 아네트는 진저리를 치면서 흐느꼈다. 예민한 곳을 퍽퍽 쑤셔오는 성기의 움직임 때문에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



라펠의 손이 애액과 정액으로 질척해진 그녀의 음모를 헤집고서 발갛게 부푼 클리토리스를 문질렀다. 그러자 아네트가 안을 잔뜩 조이며 몸을 벌벌 떨었다. 그의 손가락이 클리토리스 위로 미끄러질 때마다 아네트의 울음소리도 더욱 높아졌다. 음부의 안쪽과 바깥쪽에서 가해지는 쾌감에 내벽이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 같았다.



“아, 젠장. 뜨거워서 미칠 것 같아, 아네트.”



귓가에서 흥분한 남자의 저음이 으르렁거릴 때마다 오싹한 전율이 등골을 내달렸다. 예민한 등줄기를 쭉 훑으면서 자근자근 깨무는 송곳니의 감촉이, 뜨거운 입술이 기분 좋았다.



“아, 흐으, 하으으응!!”



그가 손끝으로 도톰한 클리토리스를 꾹 누르는 순간, 눈앞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안쪽까지 콱 처박힌 성기가 잔뜩 부어오른 내벽을 쑤셨다. 아네트는 고개를 젖히고 몸을 부들부들 떨며 지독한 절정에 달했다.



다리 사이에 박힌 그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뜨거운 정액을 내뿜었다. 흠뻑 젖은 안쪽이 간헐적으로 경련하며 그의 것을 꽉꽉 조여들었다. 이제 아네트는 신음조차 하지 못한 채 눈물만 뚝뚝 떨어트렸다. 완전히 탈진한 그녀의 몸이 스르르 뒤로 무너졌다.



라펠은 그 작은 몸을 감싸 안듯이 받아들고 젖은 금발에 입을 맞췄다. 관계는 지독하게 만족스러웠고, 따라서 이 쾌락을 함께 나눈 상대에 대한 애정만이 그의 가슴에 남았다. 이 순간만큼은 바이에른의 존재도, 오만한 자존심도, 고집도 전부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흐윽, 라펠…….”



라펠의 단단한 가슴팍에 몸을 기댄 아네트가 열기에 몽롱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발긋한 눈가와 젖은 속눈썹만 봤을 뿐인데, 그의 남성이 벌써부터 다시 일어섰다. 라펠은 이를 악물며 그녀를 침대 위로 눕혔다. 이번엔 정상위로 할 작정이었다.



“라, 라펠?”



끝난 게 아니란 걸 깨달은 아네트가 겁먹은 표정이 되었다. 라펠이 절륜하다는 사실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설마 또 하려고 들 줄이야. 아무래도 오늘 밤은 아주 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