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아네트는 부끄러워서 울고 싶었다. 이제 그녀의 몸에 남은 것이라곤 얇은 드로어즈 한 장뿐이었다. 아네트는 양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드러난 가슴을 가려 보려고 노력했다. 그 순간, 부드럽고 따끔한 뭔가가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려왔다.
“꺄악!”
놀란 아네트가 흠칫하며 몸을 움츠렸다. 가장 부드러운 가죽을 몇 번이나 손질해서 만든 채찍은 별로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맞을 때마다 놀라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네트는 애처로운 눈으로 라펠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오히려 차가운 어조로 지시했다.
“가리지 마. 손 치워.”
그 말에 아네트의 분홍색 눈망울이 대번에 울멍해졌다. 가엾은 그 눈망울을 본 라펠이 채찍 끝으로 아네트의 턱을 치켜들었다.
“결백하다면서?”
길고 날카로운 그의 눈매는 아름다운 맹수를 떠올리게 했다. 아네트는 붙잡힌 토끼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힘없이 자신의 두 팔을 내렸다. 그러자 라펠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의 알몸을 바라보며 천천히 한 바퀴 돌았다. 드러난 피부 위를 핥는 듯한 그 시선에 솜털이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아네트의 몸을 샅샅이 살핀 라펠이 뒤에서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커다란 손이 갈비뼈 위를 전부 덮으면서 밑가슴에 와 닿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숙인 라펠이 뒤에서 그녀의 귓바퀴를 깨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말해 봐. 왕세자에게 이 예쁜 젖가슴을 빨도록 허락했나?”
“네? 그게 무슨…… 아!”
아네트가 놀라 반박하려던 찰나, 그의 뜨거운 손이 양 젖가슴을 와락 움켜쥐었다. 한 손으론 거칠게 주무르고, 다른 한 손으론 유두를 비벼 올리는 손놀림이 야릇했다. 꼬집히는 유두 끝에서 짜릿한 자극이 느껴졌다.
“아, 라펠…….”
어느새 그의 한 손이 아네트의 드로어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손은 꼭 뱀처럼 유연하게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음부를 문질렀다. 아네트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꼬며 훌쩍였지만, 그의 집요한 손길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라펠의 손이 그녀의 회음부 뒤쪽에서부터 도톰한 질구, 그리고 부풀기 시작한 클리토리스 앞까지 느릿하게 훑었다. 이윽고 그의 붉은 입술이 차가운 비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젖었군.”
“흐윽!”
아네트는 수치심에 눈가를 붉히며 훌쩍였다. 그러자 더욱 흥분한 라펠이 그녀의 하반신을 바짝 끌어당기며 음부를 질척하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닿을 때마다 다리 사이에서 힘이 풀리고, 그곳이 녹아내릴 것처럼 황홀했다. 아네트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지만,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어느새 엉덩이 위로 딱딱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하반신을 밀착한 라펠이 자신의 성난 남성을 문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아네트는 앞뒤로 가해지는 자극에 어찌할 줄 몰라 입술을 깨물었지만, 그녀의 다리 사이는 점점 더 축축하게 젖을 따름이었다.
“아, 라펠, 으응…….”
그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쿨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술 때문에 굳은살이 박힌 딱딱한 손끝이 클리토리스 위를 문지를 때마다 짜릿했다. 그가 음순을 벌리면서 도톰한 질구 위를 뭉개듯이 꾹꾹 누르자, 아네트는 저도 모르게 안쪽을 조였다. 남자를 알게 된 몸이 텅 빈 안쪽을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아네트는 이제 비틀거리며 그의 손에 의지해 간신히 서 있었다. 그녀의 사정을 봐 주지 않는 손길은 점점 더 빠르게, 집요하게 음부를 문질렀다. 미끌거리는 애액이 그 음란한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해왔다. 아네트는 결국 그가 클리토리스를 강하게 비벼 올리는 순간, 더 견디지 못하고 절정에 올랐다.
“하으응……!!”
안 그래도 가까스로 서 있던 아네트의 다리에 힘이 탁 풀렸다. 그녀의 등 뒤에 서 있던 라펠이 느긋하게 제 품으로 떨어지는 가냘픈 여체를 받아안았다.
그 순간, 철컥 소리와 함께 아네트의 가느다란 목에 뭔가가 채워졌다. 아네트는 자신의 목에 채워진 것을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작고 차가운 금속과 부드러운 가죽의 느낌이 났다. 이건 클레어가 선물이라며 준 초커임이 틀림없었다.
이를 깨달은 순간, 아네트의 뺨이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확 달아올랐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울먹이며 라펠에게 부탁했다.
“라, 라펠…… 이거 풀어 줘요.”
라펠은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느긋하게 훑어보았다. 생생한 욕망을 담은 눈빛이 그녀의 새하얀 피부와 발긋하게 오똑 선 유두, 그리고 가느다란 목에 감긴 검은 색 초커를 바라보았다. 미칠 듯이 자극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를 악문 라펠은 떠밀듯이 아네트를 벽으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두 팔로 벽을 짚은 채 엉덩이를 내밀게끔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자세를 취한 아네트가 불안한 눈망울로 그를 돌아보았다.
“라펠? 꺄악!”
뒤로 내민 그녀의 엉덩이에 또다시 채찍이 찰싹 휘감겨 왔다. 아프진 않았지만, 수치심에 저도 모르게 몸이 파르르 떨렸다. 이런 건 어린아이에게나 할 법한 체벌이었다. 다 큰 여성인 그녀가, 알몸으로 엉덩이를 드러낸 채 채찍에 얻어맞는 것은 지나치게 부끄러웠다.
아네트가 훌쩍이며 간절한 눈빛으로 라펠을 바라보았다. 그가 화를 내는 이유는 이해했지만, 부디 이 부끄러운 체벌을 그만두어 줬으면 했다. 그러나 물기 가득한 아네트의 커다란 눈망울과 마주친 순간, 라펠이 손을 뻗어 그녀의 엉덩이를 거세게 움켜쥐었다.
“빌어먹을, 그런 눈으로 보지 좀 마. 아네트. 당신은 남자를 너무 부추기는 경향이 있어.”
짜증스럽게 내뱉은 라펠이 벌이라도 주듯 그녀의 엉덩이를 벌리고 뒤에서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었다. 이미 젖은 그녀의 밀부는 거침없이 입구를 벌리고 들어오는 그것을 기쁘게 맞이했다. 팽팽하게 부푼 선단이 그녀의 안쪽을 문지르며 가장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라펠은 이미 잔뜩 흥분해서 곧바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뜨거운 성기가 그녀의 음부를 꿰뚫고 민감한 내벽을 잔뜩 문지르며 휘저었다. 아네트는 벽을 짚고 선 채 헐떡이며 그 거친 공격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가 뒤에서 거칠게 밀어 올릴 때마다 키 차이 때문에 자꾸만 발뒤꿈치가 들렸다.
“흐으, 라펠, 아, 으응!!”
움직임이 너무 격렬해서 몸이 이대로 부서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도 좋았다. 너무 좋아서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럴 때마다 발밑이 꺼지는 듯한 부유감에, 불안감을 느낀 아네트의 내벽이 자꾸만 꽉꽉 조여들었다. 그러자 뒤에서 아네트를 몰아붙이던 라펠이 으르렁거리는 듯한 신음을 흘렸다.
“그만 좀 조여, 아네트. 이렇게 좋아하면 벌이 아니잖아?”
그녀를 질책한 라펠이 나무라듯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채찍은 감질나서 집어치운 지 오래였다. 처음엔 아네트에게 수치감을 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손바닥에 와 감기는 매끄러운 엉덩이의 감촉이 기가 막혔다. 그는 아네트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힘 조절을 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일부러 짝 소리가 나게 내리쳤다.
“맞을 때마다 아주 꽉꽉 무는군. 매맛이 그렇게 좋은가?”
빈정거림을 들은 아네트의 귓가가 부끄러움에 발갛게 달아올랐다. 스스로도 엉덩이를 맞을 때마다 안쪽에 힘이 들어가면서 그의 것을 잔뜩 조이는 게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안쪽을 꿰뚫는 성기의 움직임이 더욱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약한 부분을 힘껏 밀어젖히는 성기의 움직임에 다리가 덜덜 떨렸다.
“흐윽, 아, 라펠, 아아앗……!!”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뒤에서 박아대는 짐승 같은 교미는 아네트의 수치심과 성감을 동시에 고조시켰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젖혔다. 오르가즘을 느낀 내벽이 마구 조여들었지만, 그의 성기는 거침없이 그 틈새를 밀고 들어오며 계속 제 욕망을 채웠다. 절정을 느끼는 와중에도 봐주지 않는 그 격렬한 움직임에 너무 느낀 나머지 눈물이 줄줄 흘렀다.
“라펠, 이제 그만…… 아! 흐으, 아아앙! 그만 해요, 네?”
“그만하자고? 밑으로는 이렇게 줄줄 싸는 주제에, 별 웃기지도 않는 소릴 하는군.”
손을 앞쪽으로 뻗은 라펠이 그녀의 음핵을 질척하게 문질렀다. 그가 손가락을 놀릴 때마다 다리 사이에서 희미하게나마 젖은 소리가 들렸다. 그제야 아네트는 자신의 다리 사이로 흘러내린 애액을 느끼고 입술을 깨물었다. 스스로의 음란함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는데, 남자를 알아버린 몸은 그마저도 쾌락의 재료로 삼아 더욱 달아올랐다.
라펠이 잔뜩 젖어 미끌미끌한 그녀의 클리토리스 위를 노골적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성기는 여전히 뒤쪽에서 아네트의 질구를 쑤시며 날뛰고 있었다. 허리를 흔들 때마다 음부의 앞뒤로 느껴지는 쾌감에 녹아내릴 것 같았다. 크고 단단한 그의 성기는 도무지 만족을 모르고 아네트가 지칠 때까지 끝없이 몰아세웠다.
“느껴져, 아네트? 네 구멍이 내 걸 아주 씹어 삼키고 있다고.”
라펠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아네트는 이제 신음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저 쾌락에 울고 또 울었다. 음핵을 꼬집는 그의 손길이, 질벽을 잔뜩 헤집는 성기의 난폭한 움직임이 모두 지독한 쾌감으로 돌아왔다. 민감한 곳을 집요하게 찔린 점막이 기쁜 듯 경련하며 그의 것을 잔뜩 조여댔다.
아네트는 결국 몇 번째인지 헤아릴 수 없는 절정에 도달해 기진맥진하여 쓰러졌다.